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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필름 사진을 촬영(photograph)하고 인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잠상(latent image)을 축적한 아티스트는 이를 음과 박이라는 현상액(developer)에 담가 실상으로 떠올리고, 이는 여러 번의 교반 작업을 거쳐 하나의 노래로 인화(print)된다. 이 일련의 과정 가운데 세밀한 변수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OPCD는 저마다의 변수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포토그래퍼로 빗대어 본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수고로운 작업에 뛰어들었을까. 이들은 어떤 변수를 따라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Why Do We Make Music?>은 그 렌즈 너머를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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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서봄은 드럼 김형균, 베이스 김현규, 피아노 송하균으로 이루어진 재즈 트리오다.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에 이르기까지. 세 멤버가 군악대에서 동고동락했던 세월이 깃든 이름처럼, 겨울에서봄은 우리가 지나쳐가는 일상의 시간을 기록하고 연주해낸다. 이는 ‘2AM’, ‘11AM’와 같은 시간 그 자체이기도, ‘하늘공원’, ‘콘크리트 정글’과 같은 시간의 배경이기도, ‘키위쥬스’와 같은 순간의 기쁨이기도,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와 같은 찰나의 고뇌이기도 하다. 새삼스럽게 포착해낸 일상에서 즉흥(卽興)을 틔워내는 그들의 음악은 재즈의 미학을 따르면서도 정답고 친근한 접근법을 꾀한다.
겨울에서봄의 신곡 ‘미끄럼틀’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인간관계의 매듭을 들여다본다. 겨울처럼 냉랭하게 얼어붙은 관계를 맴돌던 루프가 풀리며 유년 시절 봄의 미끄럼틀을 불러오고 또 다시 그 루프를 반복하는 곡의 흐름은 계절이 돌고 돌듯, 미끄럼틀을 오르내리듯 끊임없이 순환하는 관계의 고리를 닮았다. “미끄럼틀 생각나?” 문득 걸어오는 물음에 당신도 떠오르는 인연이 있는가.

Why : Why I started Music
각자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형균: 소극적이고 만화책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현규: PC방과 노래방에 자주 놀러 다니고 공부도 잘 못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학생.
하균: 그런지 록을 좋아하는 중학생.
언제, 어떻게, 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
형균: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교회에서 드럼 치는 형을 보고 다짜고짜 알려달라고 졸라서 드럼을 배웠고, 그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규: 중학교 3학년 여름에 수학학원에서 우연히 일본 퓨전 재즈 밴드 카시오페아의 베이시스트 솔로 영상을 보고 배워보고 싶어서 실용음악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하균: 중학교 시절 너바나의 밴드 사운드를 듣고 기타를 사면서 시작되었다.

겨울에서봄은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하던 중 만난 대학 선후배 3명이 모여 결성한 팀이다. 군악대에서 만나기 이전에는 인연이 없었나.
형균: 학교에서 누군가의 창작곡을 하균이와 연주한 날이 있었다. 현규는 오가며 얼굴을 본 기억이 있는데, 엄청 행복한 얼굴로 베이스를 연주하는 친구였다.
현규: 하균이랑은 학교 선배 졸업 연주를 도와주면서 알게 되었고, 형균이 형은 학교 다니면서 몇 번 봤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군악대로 함께 동고동락하며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세 명의 시작은 어떠했나?
현규: 훈련소에서 군악대로 전입을 간 첫날 형균이 형, 하균이랑 같이 잼을 한 게 겨울에서봄의 시작이었다. 훈련 기간 중 추석이 껴있어서 7주 동안 훈련소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악기를 치니까 너무 신나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연주를 했다. 굳은살이 다 없어진 상태였어서.

형균: 같이 정말 많은 행사를 했다. 양로원 공연을 비롯한 여러 자원봉사 공연들, 정기연주회, 군악대 가족들을 초청하는 부대 기반 행사, 군속 30주년 축하 행사, 미8군 크리스마스 파티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그렇게 셋이 같이 준비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공유하다 보니 창작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셋 모두 전역하고 나면 함께 하자 약속하고 2019년 선유도에 있는 작은 드럼 연습실에서 업라이트 피아노, 콘트라베이스를 두고 ‘우리 별’이란 곡을 녹음했다. 절친한 친구인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문석민(slowminsteady)의 도움으로 현장에서 녹음부터 믹스-마스터링까지 모두 마쳤고, 우리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겨울에서봄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형균: 삶
현규: 자유, 믿음, 평양냉면
하균: 개구쟁이

We : Latent Music inside Us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보자. 현규는 어떤 사람인가?
하균: 현규는 ‘이렇게까지 베이스를 사랑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베이스를 정말 사랑한다. 베이시스트지만 멜로디를 잘 써서 내가 멜로디가 좀 막히거나 안 나올 때 적절한 멜로디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또 배려심이 많고, 엄청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게 없는 친구랄까. 그래서 신기하다.
형균: 현규는 엄청난 긍정적인 힘과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친구다.
하균은 어떤 사람인가?
현규: 하균이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또 자연을 정말 좋아한다. 자연을 통해 영감을 얻고 그걸 음악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계속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정말 멋있는 친구다.
형균: 하균이는 자연스러움과 귀 기울임의 조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형균은 어떤 사람인가?
하균: 형균이 형은 천재 같다. 다방면으로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또 그 많은 생각을 조리 있게 잘 말한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최선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진, 음악적인 판단력도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현규: 형균이 형은 ‘불고기 디스코’라는 록 밴드도 하고 있고 거기에 나도 베이스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겨울에서봄에서나 불고기 디스코에서나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을 열정적으로 하는 게 느껴지는 형이다.
각자 영감의 원천이 있다면?
형균: 일상 속의 생각과 경험들을 메모하는 습관.
현규: 음악 듣기, 그리고 친구들과의 즉흥 연주.
하균: 나의 삶, 그리고 자연.
내가 아끼는 물건은?
형균: 많은 기록물이 담겨 있는 핸드폰과 컴퓨터, 그리고 늘 함께하는 악기들.
현규: 핸드폰, 아이패드, 음악노트, 악보, 음악 관련 장비들.
하균: 피아노

겨울에서봄의 아지트가 있다면?
형균: 신촌 쪽에 있는 작업실에서 음악 감상도 하고 합주도 하고 녹음도 한다. 이외에는 여름에 마포구에 있는 을밀대를 자주 갔다.
현규: 곡 작업하다 밥 먹을 때가 되면 첫 번째로 나오는 얘기가 “냉면 먹을까”다.
형균: 현규는 을밀대에 갈 때 한여름에도 마이를 챙겨 입고 간다. 39도인데 물도 안 마시고 땀에 젖은 상태로 식당에 들어간다.
현규: 맛있게 먹으려고. (웃음) 차가운 면 종류는 다 좋아한다.
형균: 평양냉면을 다들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지점은 다르다. 나랑 현규는 평양면옥을 제일 좋아하고 하균이는…
하균: 난 사실 둘 만큼은 안 좋아한다. 따라가서 적당히 좋아하는 정도.
현규: 아… 그 정도였구나. 억지로 갔구나.
(단체 웃음)
겨울에서봄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장소는?
형균: 카페, 펍, 바, 산과 바다 산책길
현규: 산, 바다, 공원, 공연장
하균: 자연과 도시

Make : Making Development
평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즐겨 듣는가?
형균: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날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다른 음악을 듣는 편이다. 유튜브와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많이 접하고 주변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규: 평소 연주 음악, 재즈를 많이 듣고, 최근에는 디스코 음악을 많이 찾아 듣고 있다.
하균: 재즈와 락을 많이 듣는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형균: 너무 많아서 정할 수 없지만, 요새 즐겁게 들었던 뮤지션은 한국에서는 소울소스, 그리고 해외에서는 오스 카리오카스(Os Cariocas).
현규: 칙 코리아와 칼라 블레이.
하균: 김광민, 그리고 브래드 멜다우.
닮고 싶은, 혹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형균: 닮고 싶은 아티스트는 주변의 동료들이다. 지치지 않고 음악을 계속해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서 모두 닮고 싶다.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너무 많아서 고를 수 없다.
현규: 뮤지션 부부인 칼라 블레이와 스티브 스왈로우를 닮고 싶고, 또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늙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음악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하균: 뷔욕!
최근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것은?
형균: The Fearless Flyers의 [Tailwinds] 앨범 중 ‘Ambush’. 여러 장르를 연주하다 보면 햇갈릴 때가 있는데, 이 앨범에서 ‘아!’ 하고 번쩍 기분이 줗아졌다.
현규: Luke Howard & Naadje Noordhuis의 ‘Bluebird’
하균: 제이콥 롭의 ‘Evening Song’

올-타임-베스트 노래/앨범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형균: 지금 떠오르는 명곡은 Chic의 ‘Good Times’다. 듣고 있으면 그냥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앨범은 스티비 원더의 [Fulfillingness’ First Finale]가 떠오른다. 스티비 원더가 전곡의 연주와 노래를 담당하고 몇 곡만 세션 연주자들과 함께한 앨범인데, 참 감사한 음반이다.
현규: 노래는 칼라 블레이의 ‘Lawns’, 앨범은 체인지의 [Miracles]
하균: 똑같이, 제이콥 롭의 ‘Evening Song’이다.
최근 즐겨 보는 음악 콘텐츠가 있다면?
형균: NPR Tiny Desk 무대로 뮤지션들을 알게 되고, 그 알고리즘을 따라 음악 여행을 떠난다.
현규: NPR, 그리고 온스테이지.
하균: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인터뷰를 찾아본다.
세 분이서 같이 작업을 하실 때 소재나 주제는 어떻게 떠올리고 발전시켜가는지 궁금하다.
하균: 조금 뜬금 없는 것 같다. 셋이 같이 했던 경험들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는 각자 누군가와 헤어진다던지, 여름에 느꼈던 감정들이라던지, 그런 개인적인 경험들을 가져와서 서로 의견을 물어보고 편곡을 같이 해본다.
형균: 탐정 같은 거다. 단서 하나가 있으면 그걸 가지고 생각하는 게 다 다르지 않나. 그렇게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단순하다.
하균: 발전시켜나가는 건 주로 잼을 하면서 한다.
형균: 디테일한 작업들은 하균이가 제일 많이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화성 악기 담당이고 메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입장이니까. 현규와 나는 거기에 재치와 여러 가지를 더한다.
팀명부터 곡 제목, 악곡과 연주에 이르기까지. 겨울에서봄의 음악은 여타 재즈 밴드보다 한층 더 일상적이고 단순하고 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균: 우리도 음악을 연주한 지 꽤 됐고, 음악을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은 여타 뮤지션과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는 음악이 오히려 음악을 진정성 있게 한 이들에게서 좀 더 나올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조금은 ‘에엥?’ 싶은 느낌으로 하려 한다. 예를 들어 ‘키위쥬스’라는 곡이 있는데, 셋이서 키위쥬스를 먹고 즉흥 합주를 해서 나오게 된 곡이다.

그와 같은 겨울에서봄의 음악의 원천이 있을까.
하균: 거침없는 셋의 교감이 만들어낸 것 같다.
형균: 멤버들 간 무한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연주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편견 없이 연주하게 되어서 산뜻한 느낌이 나는 것 같다. 그리고 현규와 하균이가 아주 산뜻하고 감성적인 친구들이라 겨울에서봄의 원천이 되어주지 않나 생각해본다.
현규: 음악 외적으로도 같이 여행을 가거나 하면서 공통된 경험을 쌓는다. 그러한 것들이 곡을 만들고 연주할 때 우리의 색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같다.
거기에 싕싕 님의 아트워크도 힘을 더하는 것 같다. 싕싕 님과는 처음에 어떻게 작업하게 되었나.
하균: 싕싕은 학창 시절에 친했던 동네 누나다. 조금 커서 연락이 닿았는데 나는 음악을 하고 있었고 누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부탁을 해보았다.
형균: 싕싕이 우리에게 늘 하는 말은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는 아트워크가 나온다. 우리와 잘 맞는 성격이라서 싕싕과의 작업은 늘 기대되고 기분 좋다.

(싕싕의 고양이 아트워크 @seeng_seeng_)
각자 다양한 곳에서 세션 경력을 쌓아왔고, 다른 밴드 활동을 하셨던 분도 있다. 각자 느끼는 과거의 활동과 겨울에서봄 활동의 차이가 있다면?
형균: 지금도 다양한 밴드와 세션 활동을 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겨울에서봄은 뭘 해도 멤버들이 긍정적으로 귀 기울여 주는 덕분에 테마를 매번 다른 식으로 해가며 자유로운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규: 같이 곡을 쓰고 또 서로 곡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연주를 해도 멤버들이 서로 잘 맞춰주고 뭘 해도 긍정적으로 받아준다. 편하게 연주하는 느낌이 든다. 다른 팀에서 연주를 할 때도 여기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하균: 또 다른 가족이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의 차이가 있다.
라이브 무대가 극도로 위축된 코로나 시기, 겨울에서봄은 어떻게 활동을 해나가고 있나?
형균: 코로나 단계에 맞춰서 연남 5701, 이태원 부기우기, 상수 제비다방에서 매달 연주를 하고 있고, 때때로 비대면 공연을 하고 있다.
현규: 그리고 틈날 때마다 만나서 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Music : Printing out Music
미발매곡이 여러 곡 있다고 들었는데, 그 중 ‘미끄럼틀’을 발매하기로 한 이유가 있을까?
형균: 생동감 때문인 것 같다. 가장 최근의 것이라. 이전의 곡들도 너무 좋지만, 그 곡들은 광물을 캐듯이 손을 더 봐야 한다. 이 곡 같은 경우 올해 1월 다른 곡을 녹음하던 날 잼을 하던 중 돌연 중2병이 시작되어서 나온 곡이다. 그래서 더 내야 될 것 같았다.
‘미끄럼틀’의 작업기가 궁금하다.
현규: ‘콘트리트 정글’이라는 곡을 녹음할 당시 사운드 체크 겸 하균이가 즉흥적으로 만든 테마로 잼을 했는데, 셋 다 ‘이거다!’ 하고 다음에 이 테마로 앨범을 내자 했던 곡이다.
하균: 한창 90년대 힙합을 듣던 시기 닥터 드레의 앨범에서 ‘Still Dre’라는 곡만 들었다. 그 곡의 루프에 영향을 받은 곡이다.
형균: 그때 멤버들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관계를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서는 가제로 ‘용기’라는 이름을 붙혔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OPCD를 통해 이 곡을 발매하기로 결정하고 강동에 있는 드림팩토리에서 나와 불고기 디스코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엔지니어 허정욱과 함께 녹음을 진행했다. 3~4번 정도의 테이크에 걸쳐 녹음이 진행되었고, 멤버들은 다 같이 첫 번째 테이크를 선택했다.

모니터를 마치고 이번 곡에 랩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제임스 키스에게 곡을 들려주면서 멜로디와 가사 작업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제안하니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겨울에서봄 멤버들도 너무 기뻐했고. 그렇게 제임스 키스를 만나서 이 음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다 같이 모여서 노래 녹음을 진행했다.
제임스 키스: 오래 전에 형균이 형이 데모를 보내줬었다. 곡이 너무 좋았고 겨울에서봄의 팬으로서 같이 작업하고 싶어서 곡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는데, 어느 날 곡을 드디어 완성했다고 모여서 작업을 하자 하더라! 첫 작업이니 힘 줘서 준비하는 것보다는 그냥 즉흥적으로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해서 연주 파일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대로 노래를 부르며 녹음을 했고, 형들과 같이 다듬어가면서 작업을 했다.
형균: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했는데, 재밌게도 역시나 첫 번째 테이크의 멜로디로 가사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가사는 겨울에서봄, 그리고 제임스 키스가 느끼는 세상에 대한 벽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임스 키스: 네 명이서 단어와 문장을 하나씩 던져가며 같이 작업했다, 이렇게 단체로 가사를 작업하는 방식은 처음이고, 이틀 만에 급하게 작업한 결과물도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하다. 난 너무 오랫동안 다듬고 깎고 정리하고 숙성시키다 결국 발표하지 않은 작업물들이 너무 많아서.
형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이제는 이름도 희미해진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친구들을 떠올렸는데, 그들과의 관계가 어땠나 생각해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기분 좋은 관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성장하고 생각이 깊어지면서 관계는 더 어려워져 가는 상황을 어린 시절로 되돌려 생각해보면 어떨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가사를 정리해나갔다. 가사를 자유롭게 느껴보시기를 바라며 여기까지만 설명을 하고 싶다.

그리고 또 재미있던 건, 작업 중 중간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건반을 작업할 때 하균이 멜로디를, 현규이 벤딩을, 형균이 필터를 맡고 셋이 한꺼번에 붙어서 녹음을 했던 것. 그 순간이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곡 중간 제임스 키스의 이펙팅 솔로도 들어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
제임스 키스: 요즘 개인 앨범 작업 때문에 너무 어두워져 있었는데 형들 덕분에 리프레쉬되는 경험이었다. 빠른 시일 내에 나올 것 같은데 기대 부탁드린다!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현규: 녹음 날 좋은 상태로 녹음을 하는 것!
형균: 연주하는 동안 멤버들 모두가 좋았던 시간을 만나는 것.
하균: 지루하지 않은 곡의 구성. 그리고 뮤지션의 피쳐링을 받자 라는 아이디어.
발매 싱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규: 사람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데 소심해지고 다가가기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모두 공감했고, 서로 경험했던 일들을 얘기하면서 가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형균: 살다 보니 저 역시 많은 벽을 만나게 되고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는데, 어린 시절 미끄럼틀을 타고 놀던 시절을 상상해보며 조금은 편안한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즐겁게 들어주세요.
하균: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서로가 걷는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빠르게 걷는 사람은 느리게 걷는 사람에게 “너 너무 느려”라고 이야기하고, 반대로 느리게 걷는 사람은 “너 너무 빨라”라고 하며 부딪히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서로 답답해하는 것보다는 중간 지점에서 웃으며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임스 키스: 이 곡의 가사처럼 그냥 어릴 때처럼 열심히 싸우고 또 열심히 놀고 왔다 갔다 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워하지 말고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발매될 싱글 이외에 현재 준비 중인 것이 있다면?
형균: 예전부터 기록한 겨울에서봄의 작품들이 어느 정도 쌓여 있다. 이 작품들을 앨범화해서 실물로 만들어내는 게 목표고, 또 하나는 코로나로 계속 미루고 있는 단독공연을 여는 것이다. 원래 작년 8월에 단독공연을 하려 벨로주에 계약금도 걸어놨는데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래도 올해 안에 하지 않을까.
하균: 라이브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작년 10월 행촌문화재단에서 연락을 받아서 2박3일 동안 전라남도 해남에서 순회공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라이브 연주를 녹음해뒀는데, 그걸로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준비하고 있다.
현규: 시장에 가서 연주를 했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린 재즈 같은 거 모르고 트로트 하나 해달라고 하셔서 베사메무쵸를 연주했었고, 해변에서 연주할 때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연주하니 셋 다 기분이 업 되어서 라이브도 생동감 있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
형균: 대흥사에서는 ‘매’라는 미발매곡을 연주했는데 하늘에 진짜 매가 날아다니더라. 매를 상상만 하면서 만들었던 곡인데 저 위에 진짜로 매가 날아다니니까 정말 재밌었다. 아직 발매를 안 했는데 라이브 앨범에 먼저 수록되는 곡이 될 것 같다.
Why Do We Make Music?
지금 당신은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
형균: 음악을 기록하고 연주하는 시간이 내 삶에서는 가장 의미 있고, 감사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동료들과 만들어가는 음악 작품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시간들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현규: 관심 받고 싶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균: 제일 사랑하는 것이 음악이기도 하고, 음악으로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
음악적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형균: 지금처럼 음악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환경과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서 가능하다면 평생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현규: 지금처럼 사랑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공연도 하고 음악을 남기면서 살고 싶다!
하균: 지금처럼 하루종일 음악할 수 있게 하기.
인생일대의 꿈은?
형균: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참여하고 기록한 음악들이 알려지고, 이 세상에 꿈과 희망이 되는 음악으로 오래도록 남겨지는 날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싶다.
현규: 꾸준히 오래오래 음악 하면서 살기!
하균: 그래미 어워드 위너.

Musician 겨울에서봄
Interviewer / Editor squib
Contents Manager Lee Sunkyung
Photographer SIN-YOUNG KIM
Graphic Designer preriro
Director opal
